이 글에서는 다작비결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정리했습니다.
지난 7월,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사랑해온 독자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향년 68세, 1958년생인 그는 1985년 데뷔작 ‘방과 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공저를 제외하고 106권에 이르는 책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0년에 걸쳐 100권이 넘는 책을 써낸 셈이니, 왜 그가 ‘다작 작가’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녔는지 새삼 짐작하게 됩니다.
다작비결 — 40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집필 페이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작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은 단순히 ‘많이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데뷔 초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 페이스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데뷔 이후 꾸준히 신작을 내놓았고, 투병 중에도 마지막 작품인 ‘영원한 기억’을 완성해 일본 현지에서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유작은 출간 보름 만에 40만 부를 돌파하며 그의 마지막까지도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꾸준함은 단순히 타고난 필력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는 전업 작가로 전향한 뒤 집필을 생활의 중심에 두고, 장편과 단편, 에세이를 오가며 다양한 형식으로 글을 쓰는 방식을 오래 유지했습니다. 하나의 장르나 형식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갈래로 창작 활동을 넓혀간 것이 오랜 기간 다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추리소설을 넘나든 폭넓은 스펙트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가 넓다는 점도 다작이 가능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처럼 치밀한 트릭과 심리 묘사가 중심인 본격 추리소설이 있는가 하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판타지적 설정과 따뜻한 휴먼 드라마가 결합된 작품도 있습니다. 여기에 에세이와 동화까지 포함하면 그가 다룬 장르의 폭은 한 명의 작가가 소화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습니다.
여러 장르를 오가며 집필했다는 것은 단순히 다작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하나의 소재나 트릭에 대한 아이디어가 소진되었을 때 다른 형식으로 전환하며 창작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시기별로 본격 미스터리, 사회파 추리, 휴먼 드라마 등으로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많이 쓰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이유
다작 작가에게 흔히 따라붙는 우려는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다수는 출간 이후에도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며 오랫동안 사랑받았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국내외에서 영상화된 작품이 여럿이라는 사실은, 그의 작품이 단순히 양으로만 승부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로도 꾸준히 인정받았다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작을 지향하는 창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며 다듬어가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다작이 곧 소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작을 꿈꾸는 창작자가 참고할 만한 지점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창작자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례에서 몇 가지를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 첫째는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형식을 시도하며 창작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 둘째는 완성도에 대한 타협 없이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으로, 이는 단기간의 몰아쓰기보다 오랜 기간에 걸친 습관에 가깝습니다.
- 셋째는 대중성과 작품성 중 어느 한쪽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는 태도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남긴 106권의 책은 하루아침에 쌓인 결과물이 아닙니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년 꾸준히 글을 써온 습관이 만든 결과이며,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서점과 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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